‐2020

<take a picture>_2020. 12. 15 ~ 2021. 1. 3_inside gallery / 창원

삶, 오직 환희로 피어나는 꽃 

장건율은 나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다. 우리는 한 공간에서 나고 자라며 서로의 시절을 공유했다.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영화를 보며 정서의 공동체를 형성해온 나의 과거. 그러나 한 나뭇가지에서 나온 꽃이 저마다의 모양을 갖듯 장건율이 피워내는 꽃에는 언제나 내겐 없는 따뜻함이 있다. 

나는 장건율을 통해 동일한 경험도 누구에게 가 닿느냐에 따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꽃이 되기도 한다는 걸 배웠다. 슬픔도 괴로움도 그것이 뿌리내릴 마음이 비옥하다면 끝내는 아름다운 꽃으로 만개할 수 있음을. 오랜 사유로 정련된 그의 마음의 꽃밭을 나는 오래도록 동경하고 존경했다.

장건율이라는 사람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언제나 어딘가를 응시하는 모습이다. 시선이 닿는 곳, 그 끝에 있는 네모난 프레임 위에서 장건율의 손은 쉬지 않는다. 

자신을 통과하는 감정을 화면 위로 쌓아내는 일. 

장건율에게 있어 회화란 자신을 통과한 시간의 흔적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꽃이라는 형식을 빌려 드러낸 이미지는 다른 의미에서 그 시절의 또 다른 장건율이다. 

화면 위로 지나간 물성을 가진 재료의 흔적은 장건율의 감정의 소산이자  그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장건율은 자신이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삶은 감미로운 것이라 여긴다.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는 것, 존재하기에 겪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 

그것이 괴로움과 고통이라 할지라도 그 또한 존재의 이면이라는 점에서 그의 인생은 오직 환희로 가득하다. 

이 같은 삶에 대한 강렬한 애정은 그가 하는 작업물 위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신이 여기에 있음을, 비록 언젠간 사라질지라도 이 곳에 있었음을, 현재의 장건율은 화면 위로 끊임없이 기록해 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장건율의 작업은 스스로를 담아낼 때에만 온전한 의미를 가진다. 

색과 형태, 재료의 질감과 위치는 모두 장건율의 의식에서 비롯되며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다. 그의 마음으로 본 이미지는 꽃이 되어 마치 빛이 가득 찬 네모난 프레임 위를 수놓듯 켜켜이 쌓인다. 

장건율은 화면 위에 담긴 것들이 오직 좋고 아름다운 상태로 정리되면 조형적으로 가장 조화로운 것을 골라낸다. 마치 카메라 렌즈로 오직 담고 싶은 것만을 크롭 하듯, 자신이 마음을 펼쳐낸 그 넓고도 광활한 평면의 이미지 가운데에서도 가장 좋은 곳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마주한 그의 현재를 보며 나는 지금의 나 또한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오래도록 지지 않고 찬란하게 피어있을 그의 작품 속에서 나도 영원히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누나 장참미


















<첫 번째 파도>_2020. 11. 14 ~ 11. 30_거제조선소 / 거제